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오랫동안 이용하고 있다.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훨씬 더 깊지만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 + 비용, 시간, 공간적 메리트 + 때마침 구입한 아이패드 등. 동기는 충분했다.
처음 시작은 교보 SAM 이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월에 만원 내외였던 듯 싶고, 한 달에 총 5권을 볼 수 있었다.
5권을 못채우면 다음 달로 이월도 되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명확지 않다.
요금에 포함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전용 리더기도있었는데 사용성이 별로였고(가독성, 속도 등),
아이패드가 있는데 굳이 쓸 이유가 없었다.
이후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등 열람권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서비스들이 론칭했고, 자연스럽게 갈아탔던 것 같다.
밀리의 서재를 먼저 이용하다가 리디셀렉트를 추가했었는데,
장서의 수는 밀리의 서재가 압도적이었으나, 질적인 면(양서, 뷰어 사용성 등)에서는 나름 리디셀렉트가 선두주자다운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은 그 질적인 부분도 밀리의 서재가 많이 올라온 듯 하여 리디셀렉트를 계속 유지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 중이다. 각자 가지고 있는 나름의 강점의 영역이 있었는데, 한 쪽이 다른 한쪽의 영역마저 잠식하고 있는 듯하다. 리디셀렉트의 경우는 본래 전자책 판매(리디북스)를 주력으로 했던 만큼 구독 서비스에 대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여하튼 밀리의 서재는 매체 광고, 셀럽들을 활용한 오디오북 서비스 등 공격적인 마케팅의 효과인지 출시 초기에 비해 플랫폼 파워가 강해진 느낌이고, 그렇다보니 소싱에 있어서도 협상력이 꽤 생긴 듯 열람 가능한 책들의 양과 질 모두가 향상되고 있는 듯하다.
이렇다 보니 종이책과 전자책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이나 기준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는 좀 제대로 읽으려면 종이책을 읽고, 가볍게 부담 없이 읽을 책들은 전자책으로 읽는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가격차이뿐 아니더라도 전자책 구독 서비스는 초창기 플랫폼 파워가 약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덜 팔리는, 내 입장에서는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질적인 측면보다는 양적인 충족과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어 사용해 왔었다. 그런데 이제는 질적인 측면(콘텐츠)까지도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어 앞서 말한 나름의 기준이 의미를 잃고 있다.
종이책 출판 후 전자책 구독 서비스까지 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단축되고 있고, 심지어는 전자책 플랫폼 선공개나
단독 연재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고전, 양서 등 장서의 양과 질 모두 향상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전자책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더 애착이 가는쪽을 꼽으라면 아직까지는 종이책이다.
평생 둘 중 한 종류의 책만 읽을 수 있다면 망설임없이 종이책을 선택할 것이다. 앞서 말한 전자책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를 다 포기하더라도 말이다. 많은 부분에서 전자책의 장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독서경험과 소장가치'에 있어서만큼은 종이책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전자책을 읽을때는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텍스트를 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소장에 있어서도 ‘책’이라는 그 피조물 자체에 대한 존중과 가치를 전자책에서 느끼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개인적인 독서생활의 상당 부분 전자책 비중이 높아졌지만 소장가치에 대해 설득이 된 책들에 대해서는 결국 종이책을 사서 보는 편이다. 소장가치라고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그냥 내가 갖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게 좀 더 솔직한 표현이겠다. 다만 현실적 여유를 감안할 수밖에 없기에 정말 갖고 싶은(이유도 천차만별) 책들이 아닌 경우 가급적 전자책을 먼저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도 서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한,두권씩은 들고 나오는 등의 오류는 통제가 안되지만.
우열을 가리자고 시작한 글은 아니었지만 글을 쓰다보니 더더욱 우열을 가리는 것에 의미는 없는 듯하다.
말미에 드는 생각은 이거든 저거든 간에 책이라는 물질 자체가 좀더 사랑받았으면 한다는 것, 우선 나 스스로에게부터.
나이가 들고, 책임질 것이 늘어나면서 이전처럼 순수하게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독서만을 할 수는 없게 되었다.
목적에 의한 독서의 비중이 많아지고, 책에 대한 순수한 애착은 줄었으며, 책 읽는 것이 때로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책에 손이 덜 가는 것도 사실이다. 책 한 권 들기 전에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전자책이니 종이책이니 떠들어 댄 것도 어쩌면 이런 작용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책은 여전히 내게 가장 신경 쓰이고 관심이 가는 물체이다. 더불어 지금의 나, 앞으로의 나를 만드는데도 아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의 인생도 책과 함께하는 삶이 될 텐데 기왕이면 애증보다는 애정을 나누는 사이가 좋지 않을까. 첫사랑만큼의 순수함은 아니더라도 보다 담백하고 심플한.
그래서 결론은 복잡하게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에 그냥.
책을 읽자.
'횡설수설하는 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발전소 위례 폐점 (0) | 2022.01.28 |
---|---|
씨티은행 은행이용자 보호계획 (신용대출 만기연장) (0) | 2022.01.14 |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 내 대출(연장)은 어쩌지 (0) | 2021.10.26 |
코로나 시대에 결혼을 한다는 것 (0) | 2020.10.11 |